우리아이 ADHD 아닌지…” 학기초 정신과 줄서는 초등생
다움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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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3 14:09
우리애 ADHD 아닌지…” 학기초 정신과 줄서는 초등생
등록 : 2013.04.03 08:22
수정 : 2013.04.03 08:22
소아정신과 내몰리는 아이들 (상)
담임선생님이 전문상담 권해
학부모들 “불안한 마음에…”
교사 “수업중 돌아다니기는 기본”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아이가 읽기장애가 있대요. 심각한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요.”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ㄱ학습클리닉 문 앞에서 한 엄마는 초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엄마를 멀뚱하게 쳐다보는 10살 남짓한 남자아이는 엄마 허리에 머리가 겨우 닿을 정도였다. 대치역을 내려다보는 이 6층짜리 건물에는 ㄴ학습클리닉도 있다. 두 곳 모두 이름은 학습클리닉이지만, 실제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전문 소아정신과 병원이다.
오후 2시 강남구 논현동 ㄷ소아정신클리닉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미진이(가명) 혼자 보내시게요? 꼭 진료비 챙겨서 보내시고요.” 간호사는 전화로 예약시간을 맞추느라 바빴다. 그사이 병원으로 들어선 엄마와 아들은 익숙한 듯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는 5분이 지나도 한마디 말이 없었다. 이곳은 요즘 하루에 아이들 20~30명이 찾아온다고 했다. 한명당 진료 시간이 20여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가 최대치다.
올해 경기도 고양시 초등학교에 입학한 기영이(가명)도 최근 엄마 손을 잡고 소아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담임선생님이 학부모 면담에서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며 전문상담을 권했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는 기영이 엄마는 퇴근 뒤에야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이미 퇴근했지만 상담사의 검사를 받으려는 엄마와 아이들이 5분마다 몰려들었다. 기영이가 이날 의사의 진료를 받고 상담사의 검사를 마치기까지는 총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영이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진단이라도 받아보려고 왔다. 그래도 예약이 빨리 된 게 어디냐”고 말했다.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다.
새 학기 들어 곳곳의 소아정신과 병원은 오후부터 심야시간까지 엄마와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교수한테 진료를 받으려면 몇달씩 걸리는 일도 많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올가을께나 예약이 가능하다. 일반 전문의도 최소 2~3주는 기다려야 한다.
이맘때부터 6월까지 아이들이 정신과 병원에 몰리는 건, 3월 말~4월 초가 담임교사의 학부모 면담철이기 때문이다. 담임교사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전문상담을 권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의료계에선 새 학기에 평소보다 1.5~2배가량 진료를 받으려는 아이들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새 학기마다 초등학교 1~2학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게 10년 정도 됐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권유로 찾아오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11년 한해 에이디에이치디로 병원을 찾은 소아·청소년이 5만6957명이다. 2002년 1만6266명에서 2007년 4만8095명으로 폭증한 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아우울증, 학습장애, 자폐증 등을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3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 박아무개(47)씨는 지난해 3학년 27명을 가르치면서 2명의 아이에게 학기 초 병원 상담을 권유했다. 둘 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아이들이었다. 올해도 2학년 31명을 가르치는데 벌써부터 눈에 띄는 아이가 4명이라고 했다. “정신과 치료가 하나의 낙인이 될 수 있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선 전문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은 교사에게 상담 권유를 받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소아정신과에 데려간 한 엄마는 “아이가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았다. 인터넷 검색도 하고 자료도 찾아보니 치료제를 권한다는데, 정신과 약을 아이에게 먹여도 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약을 먹여선 안 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학교생활이 잘 안될 텐데, 선생님한테 꾸중 듣고 친구 관계도 유지가 안 되면 에이디에이치디는 둘째 치고 아이 마음에 상처가 더 커지지 않겠느냐”며 불안해했다.
치료제보다 대안학교나 조기유학을 고민하는 부모들도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에이디에이치디 진단을 받은 또다른 부모는 “대안학교에선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별문제 없이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사당 학생 수가 적고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는 에이디에이치디 영재학교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유진 양선아 기자 yjlee@hani.co.kr
등록 : 2013.04.03 08:22
수정 : 2013.04.03 08:22
소아정신과 내몰리는 아이들 (상)
담임선생님이 전문상담 권해
학부모들 “불안한 마음에…”
교사 “수업중 돌아다니기는 기본”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아이가 읽기장애가 있대요. 심각한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요.”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ㄱ학습클리닉 문 앞에서 한 엄마는 초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엄마를 멀뚱하게 쳐다보는 10살 남짓한 남자아이는 엄마 허리에 머리가 겨우 닿을 정도였다. 대치역을 내려다보는 이 6층짜리 건물에는 ㄴ학습클리닉도 있다. 두 곳 모두 이름은 학습클리닉이지만, 실제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전문 소아정신과 병원이다.
오후 2시 강남구 논현동 ㄷ소아정신클리닉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미진이(가명) 혼자 보내시게요? 꼭 진료비 챙겨서 보내시고요.” 간호사는 전화로 예약시간을 맞추느라 바빴다. 그사이 병원으로 들어선 엄마와 아들은 익숙한 듯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는 5분이 지나도 한마디 말이 없었다. 이곳은 요즘 하루에 아이들 20~30명이 찾아온다고 했다. 한명당 진료 시간이 20여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가 최대치다.
올해 경기도 고양시 초등학교에 입학한 기영이(가명)도 최근 엄마 손을 잡고 소아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담임선생님이 학부모 면담에서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며 전문상담을 권했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는 기영이 엄마는 퇴근 뒤에야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이미 퇴근했지만 상담사의 검사를 받으려는 엄마와 아이들이 5분마다 몰려들었다. 기영이가 이날 의사의 진료를 받고 상담사의 검사를 마치기까지는 총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영이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진단이라도 받아보려고 왔다. 그래도 예약이 빨리 된 게 어디냐”고 말했다.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다.
새 학기 들어 곳곳의 소아정신과 병원은 오후부터 심야시간까지 엄마와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교수한테 진료를 받으려면 몇달씩 걸리는 일도 많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올가을께나 예약이 가능하다. 일반 전문의도 최소 2~3주는 기다려야 한다.
이맘때부터 6월까지 아이들이 정신과 병원에 몰리는 건, 3월 말~4월 초가 담임교사의 학부모 면담철이기 때문이다. 담임교사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전문상담을 권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의료계에선 새 학기에 평소보다 1.5~2배가량 진료를 받으려는 아이들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새 학기마다 초등학교 1~2학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게 10년 정도 됐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권유로 찾아오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11년 한해 에이디에이치디로 병원을 찾은 소아·청소년이 5만6957명이다. 2002년 1만6266명에서 2007년 4만8095명으로 폭증한 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아우울증, 학습장애, 자폐증 등을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3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 박아무개(47)씨는 지난해 3학년 27명을 가르치면서 2명의 아이에게 학기 초 병원 상담을 권유했다. 둘 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아이들이었다. 올해도 2학년 31명을 가르치는데 벌써부터 눈에 띄는 아이가 4명이라고 했다. “정신과 치료가 하나의 낙인이 될 수 있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선 전문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은 교사에게 상담 권유를 받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소아정신과에 데려간 한 엄마는 “아이가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았다. 인터넷 검색도 하고 자료도 찾아보니 치료제를 권한다는데, 정신과 약을 아이에게 먹여도 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약을 먹여선 안 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학교생활이 잘 안될 텐데, 선생님한테 꾸중 듣고 친구 관계도 유지가 안 되면 에이디에이치디는 둘째 치고 아이 마음에 상처가 더 커지지 않겠느냐”며 불안해했다.
치료제보다 대안학교나 조기유학을 고민하는 부모들도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에이디에이치디 진단을 받은 또다른 부모는 “대안학교에선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별문제 없이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사당 학생 수가 적고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는 에이디에이치디 영재학교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유진 양선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