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당하고 욕 듣고 얻어 맞고… 그래도 엄마니까 엄마가 잘못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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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3 19:11
엄마는 아이를 영재로도, 둔재로도 만들 수 있다('영재의 비법-70일 두뇌계발 프로젝트' 중에서). 예습하기, 일기쓰기,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자녀를 영재로 만들려면 이 정도 교육은 기본이다. 참고서는 딱 하나만 엄선해 제공하고, 큰 목소리로 책을 읽게 하고, 아이가 우울하면 해초를 먹인다. 거리에서는 지나간 간판 속 전화번호를 되묻는 잔상(殘像)훈련을 시켜야 한다. 짬이 나면 우뇌 단련을 위해 시를 읽어준다('아이의 뇌는 부모가 결정한다'). 죽을힘 다해 뛰는 엄마들
여기까지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 엄마에게는 독서플랜('엄마의 독서학교')을 짜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조성할('유아영어놀이-엄마는 선생님') 의무가 있다. 자녀의 수학 약점을 찾아내 개선하는('우리 아이 수학약점') 것도 엄마 몫이다. 시험비법을 숙지하는 것도('엄마표 시험 공략법'),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것도('초등학교에 완성하는 자기주도 공부습관'), 최적의 예습복습 전략을 찾는 것도 죄다 엄마 일이다. 반성도 결코 잊으면 안 된다. 엄마는 '부모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엄마와 함께 하는 학습놀이')로 자신의 학습지도 성취도를 수시로 확인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
벅찬가? 왜 이러실까. 애랑 같이 기말고사 문제집 한번 안 풀어본 사람처럼. 이 정도에 불평을 늘어놓으면 정말 곤란하다. 공신(공부의 신)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엄마가 만드는 것이다. 온 세상이 입을 모아 외친다. "세상에 아이의 실패는 없다. 부모의 포기만 있을 뿐이다."('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
'그래도' 혹은 '그래서' 상처받는 부모들
오후 2시. 시계를 보던 30대 주부 김영숙(이하 가명)씨는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준수의 하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짐이 많은 날이라며 학교에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깜빡 잊었다. 어쩌지…. 걱정하며 집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잔뜩 성이 나 있다.
"엄마, 왜 안 왔어?"
"미안해, 엄마가 깜빡 잊었네. 화났어?"
"엄마한테 욕하고 싶었어. XX라고."
하교 후 말없이 사라진 아이를 간신히 찾았을 때도, 공개수업 내내 바닥만 쳐다본 아이를 나무랐을 때도 준수는 말했다. "엄마가 나 때문에 펑펑 울었으면 좋겠어." "엄마 속상하라고 그랬어."
13년 직장생활을 접고 3년 전 영어학원을 개업한 영숙씨는 전쟁 치르듯 준수를 키워냈다. 일하는 엄마 티 안 내려고 발 동동 굴러가며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고, 숙제를 살피고, 문제집 진도를 챙겼다. 그래서 억울했다.
"어떻게 키운 아이인데…. 뭘 잘못했기에 얘가 나한테 이러나 싶은 것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아이와 눈도 맞추지 못했어요."(김영숙씨)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 박정숙(가명)씨. 얼마 전 한정신건강연구소에서 개설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렵게 아이와의 '사건'을 털어놓았다. 모범생이던 아들은 중학교 입학 후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신경전으로,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집안은 늘 시끄러웠다. 그날도 2박3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아들을 보고 정숙씨는 화가 폭발했다. 그녀가 고함을 치자 아이는 엄마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
"뭘 안다고" "재수 없어" "바보 같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들으라는 듯 무시하는 말을 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 대놓고 부모에게 욕설과 반말을 하는 중학교 2학년생. 직장에 다니는 20대 딸에게 상습적으로 맞는다는 50대 여성. 고등학생 아들과 주먹다짐을 했다는 50대 가장. 전국 상담소와 부모교육 프로그램에는 엇비슷한 사연이 많다.
아이에게 '맞고 사는' 부모들
가정폭력상담소 희망의전화의 경우, 전체 상담전화 중 5% 안팎이 자녀의 폭언 폭행으로 인한 부모 상담이었다. 이런 폭력의 특징은 역사가 길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작된 반항은 반말, 욕설을 거쳐 10대 후반이 되면 몸싸움, 주먹질로 발전한다.
희망의전화 관계자는 "시작은 성적이나 이성교제로 인한 사소한 갈등이다. 부모가 잔소리를 하고, 자녀가 반항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다가 차츰 자녀가 엄마한테 욕을 한다든지, 물건을 던진다든지, 누워 있는 엄마를 발로 차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그 상태 그대로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심한 경우 주먹이 오가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가장 갈등이 많은 건 부자(父子) 관계지만 실질적으로 폭언 폭행이 행해지는 건 모자(母子)지간이 많다. 아들에게 상대는 엄마일 확률이 높고, 딸의 경우 부모 양쪽 비율이 비슷했다.
부모 반응은 충격과 자책으로 요약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부모는 아이가 비난받을까 봐 맞았다는 사실을 주위에 얘기조차 못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자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부모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때 부모는 세 번 상처받는다. 아이의 폭력적 행동에 한번, 그런 아이를 키웠다는 사회적 비난에 또 한번,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자책에 다시 한번. 어느덧 피해자는 가해자 역할까지 떠맡게 된다. 그래서 상처 입은 부모는 하소연할 데도, 위로받을 곳도 찾기가 힘들다.
아픈 엄마들… 더 아픈 아이들
맞는 부모는 극단적 사례다. 하지만 아이 말과 행동에 상처 입고 울었다는 부모는 주위에 널려 있다. 자녀가 남겼기에, 상처는 깊다. 부모교육 강사로도 활동하는 두 아이 엄마 정혜란(가명)씨는 "대신 죽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내 자식이기 때문에, 아이가 그 마음을 몰라주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쉽게, 크게 상처 받는다"고 말했다.
올 한해 출간된 부모 및 자녀 관련 교육서는 300종. 하루 한 권꼴이다. 하나같이 엄마가 나서서 자녀의 학습능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고 인성을 챙기라고 말한다. 책이 떠들지 않아도 이미 한국 엄마의 어깨는 무겁다. 학습 멘토에 생애 설계사, 개인 트레이너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다 참견하다 보니 잘못되면 몽땅 엄마 탓이다. 공부를 못해도, 성격이 나빠도, 취업을 못해도 엄마 잘못이다. 이렇게 온몸 바쳐 애쓰는데 자식과의 관계는 나빠진다. 더 많이 희생하고, 죽을힘 다해 사랑할수록 갈등은 커진다. 도대체 왜?
신희경 한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더 좋은 엄마가 되려는 갈망과 부모 자녀 간의 커지는 갈등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했다. 다 책임지려는 부모 행동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엄마 일이에요. 제 시간에 일어나고, 방을 치우고, 숙제하고, 심지어 비올 때 우산을 챙겨가는 것도 죄다. 그건 다 아이 일이에요. 엄마 일과 아이 일을 구분하지 못하니 엄마는 끊임없이 간섭하고 아이는 제 일에서 손을 놓게 돼요." 아이가 안 움직이니 엄마는 더 화내고 아이는 반항한다. 악순환이다.
결국 문제는 부모라는 얘기지만 그게 '모두 부모 탓'이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실은 정반대 주장이다. 부모가 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를 확인하는 것. 해결의 시작점은 여기다.
신 소장은 "아이에게 아이의 일을 돌려줘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자라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만번 괜찮아'의 저자이자 상담전문가인 박미란씨는 '부모가 자식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부담을 벗으라고 당부했다.
"물론 아이에게 부모는 중요한 존재지요. 하지만 결정적인 존재는 아니에요. 그렇게 믿는 것 자체가 위험해요. 너무 공을 들이게 되고, 그게 부작용을 낳거든요. 한 심리학자는 아이는 백지가 아니라 씨앗이라고 했어요. 이미 자기 것이 있는 거죠. 부모가 자녀의 단점을 고치려고 애쓰면 아이는 단점을 고치는 대신 죄책감과 자기비하 의식을 갖게 될 뿐이에요. 결과가 나쁘면 '내 탓이다' 자책하고 만회하려 애쓰지 마세요. 나쁜 건 그 자체로 받아들이세요. 아이는 인간이지 결코 엄마의 성과물이 아니에요. 조금 거리를 두고 아이가 자기답게 크도록 지켜보세요."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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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 엄마에게는 독서플랜('엄마의 독서학교')을 짜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조성할('유아영어놀이-엄마는 선생님') 의무가 있다. 자녀의 수학 약점을 찾아내 개선하는('우리 아이 수학약점') 것도 엄마 몫이다. 시험비법을 숙지하는 것도('엄마표 시험 공략법'),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것도('초등학교에 완성하는 자기주도 공부습관'), 최적의 예습복습 전략을 찾는 것도 죄다 엄마 일이다. 반성도 결코 잊으면 안 된다. 엄마는 '부모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엄마와 함께 하는 학습놀이')로 자신의 학습지도 성취도를 수시로 확인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
벅찬가? 왜 이러실까. 애랑 같이 기말고사 문제집 한번 안 풀어본 사람처럼. 이 정도에 불평을 늘어놓으면 정말 곤란하다. 공신(공부의 신)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엄마가 만드는 것이다. 온 세상이 입을 모아 외친다. "세상에 아이의 실패는 없다. 부모의 포기만 있을 뿐이다."('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
'그래도' 혹은 '그래서' 상처받는 부모들
오후 2시. 시계를 보던 30대 주부 김영숙(이하 가명)씨는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준수의 하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짐이 많은 날이라며 학교에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깜빡 잊었다. 어쩌지…. 걱정하며 집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잔뜩 성이 나 있다.
"엄마, 왜 안 왔어?"
"미안해, 엄마가 깜빡 잊었네. 화났어?"
"엄마한테 욕하고 싶었어. XX라고."
하교 후 말없이 사라진 아이를 간신히 찾았을 때도, 공개수업 내내 바닥만 쳐다본 아이를 나무랐을 때도 준수는 말했다. "엄마가 나 때문에 펑펑 울었으면 좋겠어." "엄마 속상하라고 그랬어."
13년 직장생활을 접고 3년 전 영어학원을 개업한 영숙씨는 전쟁 치르듯 준수를 키워냈다. 일하는 엄마 티 안 내려고 발 동동 굴러가며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고, 숙제를 살피고, 문제집 진도를 챙겼다. 그래서 억울했다.
"어떻게 키운 아이인데…. 뭘 잘못했기에 얘가 나한테 이러나 싶은 것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아이와 눈도 맞추지 못했어요."(김영숙씨)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 박정숙(가명)씨. 얼마 전 한정신건강연구소에서 개설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렵게 아이와의 '사건'을 털어놓았다. 모범생이던 아들은 중학교 입학 후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신경전으로,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집안은 늘 시끄러웠다. 그날도 2박3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아들을 보고 정숙씨는 화가 폭발했다. 그녀가 고함을 치자 아이는 엄마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
"뭘 안다고" "재수 없어" "바보 같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들으라는 듯 무시하는 말을 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 대놓고 부모에게 욕설과 반말을 하는 중학교 2학년생. 직장에 다니는 20대 딸에게 상습적으로 맞는다는 50대 여성. 고등학생 아들과 주먹다짐을 했다는 50대 가장. 전국 상담소와 부모교육 프로그램에는 엇비슷한 사연이 많다.
아이에게 '맞고 사는' 부모들
가정폭력상담소 희망의전화의 경우, 전체 상담전화 중 5% 안팎이 자녀의 폭언 폭행으로 인한 부모 상담이었다. 이런 폭력의 특징은 역사가 길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작된 반항은 반말, 욕설을 거쳐 10대 후반이 되면 몸싸움, 주먹질로 발전한다.
희망의전화 관계자는 "시작은 성적이나 이성교제로 인한 사소한 갈등이다. 부모가 잔소리를 하고, 자녀가 반항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다가 차츰 자녀가 엄마한테 욕을 한다든지, 물건을 던진다든지, 누워 있는 엄마를 발로 차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그 상태 그대로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심한 경우 주먹이 오가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가장 갈등이 많은 건 부자(父子) 관계지만 실질적으로 폭언 폭행이 행해지는 건 모자(母子)지간이 많다. 아들에게 상대는 엄마일 확률이 높고, 딸의 경우 부모 양쪽 비율이 비슷했다.
부모 반응은 충격과 자책으로 요약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부모는 아이가 비난받을까 봐 맞았다는 사실을 주위에 얘기조차 못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자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부모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때 부모는 세 번 상처받는다. 아이의 폭력적 행동에 한번, 그런 아이를 키웠다는 사회적 비난에 또 한번,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자책에 다시 한번. 어느덧 피해자는 가해자 역할까지 떠맡게 된다. 그래서 상처 입은 부모는 하소연할 데도, 위로받을 곳도 찾기가 힘들다.
아픈 엄마들… 더 아픈 아이들
맞는 부모는 극단적 사례다. 하지만 아이 말과 행동에 상처 입고 울었다는 부모는 주위에 널려 있다. 자녀가 남겼기에, 상처는 깊다. 부모교육 강사로도 활동하는 두 아이 엄마 정혜란(가명)씨는 "대신 죽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내 자식이기 때문에, 아이가 그 마음을 몰라주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쉽게, 크게 상처 받는다"고 말했다.
올 한해 출간된 부모 및 자녀 관련 교육서는 300종. 하루 한 권꼴이다. 하나같이 엄마가 나서서 자녀의 학습능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고 인성을 챙기라고 말한다. 책이 떠들지 않아도 이미 한국 엄마의 어깨는 무겁다. 학습 멘토에 생애 설계사, 개인 트레이너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다 참견하다 보니 잘못되면 몽땅 엄마 탓이다. 공부를 못해도, 성격이 나빠도, 취업을 못해도 엄마 잘못이다. 이렇게 온몸 바쳐 애쓰는데 자식과의 관계는 나빠진다. 더 많이 희생하고, 죽을힘 다해 사랑할수록 갈등은 커진다. 도대체 왜?
신희경 한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더 좋은 엄마가 되려는 갈망과 부모 자녀 간의 커지는 갈등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했다. 다 책임지려는 부모 행동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엄마 일이에요. 제 시간에 일어나고, 방을 치우고, 숙제하고, 심지어 비올 때 우산을 챙겨가는 것도 죄다. 그건 다 아이 일이에요. 엄마 일과 아이 일을 구분하지 못하니 엄마는 끊임없이 간섭하고 아이는 제 일에서 손을 놓게 돼요." 아이가 안 움직이니 엄마는 더 화내고 아이는 반항한다. 악순환이다.
결국 문제는 부모라는 얘기지만 그게 '모두 부모 탓'이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실은 정반대 주장이다. 부모가 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를 확인하는 것. 해결의 시작점은 여기다.
신 소장은 "아이에게 아이의 일을 돌려줘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자라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만번 괜찮아'의 저자이자 상담전문가인 박미란씨는 '부모가 자식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부담을 벗으라고 당부했다.
"물론 아이에게 부모는 중요한 존재지요. 하지만 결정적인 존재는 아니에요. 그렇게 믿는 것 자체가 위험해요. 너무 공을 들이게 되고, 그게 부작용을 낳거든요. 한 심리학자는 아이는 백지가 아니라 씨앗이라고 했어요. 이미 자기 것이 있는 거죠. 부모가 자녀의 단점을 고치려고 애쓰면 아이는 단점을 고치는 대신 죄책감과 자기비하 의식을 갖게 될 뿐이에요. 결과가 나쁘면 '내 탓이다' 자책하고 만회하려 애쓰지 마세요. 나쁜 건 그 자체로 받아들이세요. 아이는 인간이지 결코 엄마의 성과물이 아니에요. 조금 거리를 두고 아이가 자기답게 크도록 지켜보세요."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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