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학교를 자퇴를 한다면..( 김진석 인하대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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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아이가 학교를 자퇴를 한다면..( 김진석 인하대교수 )

최고관리자 0 8523
기우뚱한 균형/11월 15일] 아이가 학교를 자퇴한다면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1 
 
 


 수능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의 아이도 올해 시험을 본다.
그런데 수험생이 있는 우리 집은 시험 때문에 초조한 분위기가 아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 해서? 거꾸로다. 아이는 공부에 관심이 없다. 
수험생이 책을 들여다보지 않으니, 우리 집은 이상하게, 너무도 이상하게 '평온하다'.
수험생이 있는 집들은 달포 전 수시접수 때부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사는 듯했다. 
'인(in)서울' 대학에 접수를 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는 기껏 지방대학 몇 곳에 원서를 냈다.

가족갈등 키우는게 더 큰 문제

아이는 사실 2년 전 고교 1학년 때 자퇴를 했다.
공부에 뜻이 없었고, 두발검사하면서 욕하고 때리는 학교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뾰족하게 잘 하는 것도 없으면서  아이가 학교 다니기 싫다고 하면, 
어느 부모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퇴를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했다.
대학입시에 매달린 학교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보살피거나 보듬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부모로서 나의 마음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식공부 잘 하는 것을  부모의 최고 훈장으로 삼는 사회에서, 
자퇴한 아이를 둔 부모는  상당한 내공을 쌓아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부모를 내심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밖에서 사람들과 아이들 이야기하다가 상처를 받아서도 안 된다.
아이가 공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평정심도 익혀야 한다.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부모는 아이를 들볶기 쉽고, 그러면 부모 자식 사이에 갈등이 커진다.


아이의 자퇴에 대해선 이미 2년 전쯤 다른 칼럼에서 쓴 적이 있다.
우연히 아이들  얘기가 나와  애가 자퇴했다고 하면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놀라고  불안해 하는 눈치여서,
 내가 괜찮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주위를 보면 학교 다니기 싫어하는 아이들,
그래서 자퇴를 생각하는 아이들이 은근히 많다.
최근엔 동료교수가 '상담'을 요청했다.
여동생의 아들이 자퇴하고 싶어 해서, 그 부모가 걱정이란다.
학교를 다니기 힘들어 해서 대안학교까지 갔지만,  거기도 다니기 싫다는 것.
이런 경우에 나는 말한다.  학교 자퇴가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다고. 
좋은 대학 가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지 않은가? 
아이의 태도가  완강하다면,  되도록 아이와 싸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칫하면 부모 자식 사이에 의가 상한다.  답답한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를 때때로 안아주곤 했다.

물론 아이가 선택한 삶이  고생스러워 보일 때,  부모는 걱정이 된다.
그러나 부모들이 대학입시에 과도하게 목을 매면,  아이와 부모 모두 성숙해지기 힘들 터이다.
그리고  부모가  무난하고  안정된 삶을 과도하게  아이들에게 권고하고  강요할수록,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책임있게 살지 못한다. 
여기서 불안과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기술이 필요하다. 
학교 다니기 싫어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여, 너무 걱정하지 말라.
나쁜 짓을 할까 봐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부모가 성실한 삶을 살면,
 아이들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대학 가려면, 나중에 검정고시 보면 된다.

느리거나 엉뚱한 삶도 있는 법

그런데 부모들은 점점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쓴다. 
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점점 많아진다.  보통사람들에게 그건 과도한 부담이 되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그저 나쁜 것만도 아닐 터이다.
아이와 부모 모두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이의 자퇴를 빌미로  내가 진보적인 행세를 하려는 건 아니다.
모든 경쟁에서 벗어나자는  평화주의를 설파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아낀다. 
하지만 비주류적으로, 느리게 혹은 엉뚱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