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능력이 아이의 학습을 좌우한다

   
       
다움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문가교육

심리능력이 아이의 학습을 좌우한다

다움이 2 8254
박민근의 심리치료] 심리능력이 아이의 학습을 좌우한다
조선일보 | 맛있는교육
2012.11.19 13:34

중학교 2학년 경환이의 학교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심각한 학업스트레스를 받았고, 급기야 가출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얼마 전 여자 친구랑 하룻밤을 새고 들어오자, 집안은 발칵 뒤집어졌고, 그날부터 부모님과의 갈등도 점점 깊어져 갔다.

경환이는 가장 큰 문제가 늘 자신이 힘들게 할 일만 강조하고 정작 따뜻한 위로를 베푸는 데는 인색한 부모라고 말한다. 최근 경환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증상이 심해져 탈모 전문클리닉에서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심리적 건강은 소아와 청소년의 학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학습능력 또한 심리적 건강이 좌우한다고 해서, 심리적 건강을 지켜주는 내적 능력인 심리능력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 심리센터를 찾는 소아청소년들 가운데도 심리적 문제로 인해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내담 청소년의 불안한 심리를 걱정하던 부모님들도 어느 정도 아이의 심리적 건강이 회복되면 예외 없이 내담 청소년의 학습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선생님, 애가 공부를 너무너무 안 해서 정말 속상해요. 어떻게 하면 우리 경환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으레 내가 하는 심리적 건강과 학습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들이 있다. 여기 그중 가장 대표적인 한 가지만 소개하겠다.

“어머님, 좀 어려운 내용이지만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심리용어가 있어요. 심리 연구자들이 개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얻은 이론인데요. 이 학습된 무기력은 우울증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개들을 가죽 끈으로 묶은 뒤 전기충격을 주면 스스로 전기충격을 끌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준 개들은 전기충격을 다시 받았을 때 전원 스위치를 끄려고 노력하지만, 스스로 전기충격을 끌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지 않은 개들은 아무리 세게 전기충격을 가해도 무기력하게 우리의 바닥에 엎드려 있기만 한다는 것이죠. 이른바 행위자의 자율성을 박탈해버리면 그 행위자는 무기력한 정신적 상황에 빠지고 만다는 내용의 이론이지요. 부모들 가운데도 아이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게 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습니다.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맴돌며 아이의 일을 모두 도와주는 양육, 인큐베이터에서 미숙아를 기르듯이 아직 준비도 안 된 아이에게 학습을 몰아붙이는 양육, 반창고처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돕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그래서 아이가 제대로 된 문제해결력을 얻지 못하게 만드는 양육, 아이가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심어주는 억압적 양육, 아이가 자신에 대해 실제 이상의 능력을 가진 것처럼 환상을 갖도록 하는 허풍 양육, 그리고 체벌, 욕설, 비난과 언어폭력을 통해 비난을 일삼는 소나기 양육 등은 모두 아이가 무기력한 자아를 갖도록 만드는 위험천만한 양육의 종류들입니다.

무기력한 아이들의 생각은 대개 비관적이지요. 아이가 자신에 대해, 또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졌는지, 긍정적 이미지를 가졌는지 알기 위해 실시하는 ‘아동 낙관성 지수 테스트’를 해보면 아이의 낙관성의 정도를 알 수 있어요. 이제 어머님, 아버님의 양육스타일도 한 번 평가해보구요, 경환이의 낙관성 지수를 체크해보도록 하지요.”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헬리콥터 양육자, 인큐베이터 양육자였고, 경환이의 낙관성 지수는 우울증이 의심되는 아주 위험한 수치까지 근접해 있었다.

소아청소년기는 심리적 건강에 다양한 변곡점들이 생기는 시기이다. 평소 문제없이 잘 지내던 아이들도 사춘기나 또래집단의 영향, 학습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문제적 심리에 빠지기 쉬운 때이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아동의 심리건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몇 가지 심리적 건강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자존감, 회복탄력성, 낙관성, 성격 강점, 정서지능, 만족지연 능력, 몰입능력, 자기통제력, 사회지능, 공감능력, 대인관계지능 등이 그것이다.

이 요소들은 모두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건강이 우수할 때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능력’들이다. 평소 부모들은 전문가와 함께 아이들의 이런 심리능력들을 검사하고 평가해 내 아이의 심리적 건강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 이런 심리능력들을 계발하는 다양한 체험과 활동들로 아동의 심리능력을 육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령 아이의 낙관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평소 낙관성 대화법을 통해 주기적인 긍정 대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아이가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해서 모두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는 뜻이다. 실제 최신 학습이론에서는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조건과 학습자의 노력들을 주문한다. 학습동기, 흥미, 반복학습, 적절한 학습법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학습자가 우등생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학습요소들이다.

하지만 심리적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학습환경, 선생님, 교재, 바른 학습법을 지원하고 가르친다고 해도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비록 지금 시험성적이 나쁘지 않게 나온다고 해도 아이의 심리적 건강이 적잖이 훼손된 상태라면,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되는 아이의 머나먼 공부로드맵에 먹구름이 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런 경우 부모는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의 상담과 코칭을 받아야 한다. 반드시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품행장애나 반항장애, 과도한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심리의 수준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자괴감이나 열등감과 같은 부정적 심리가 꽤 오래 지속된다면 해당 소아청소년의 학습능력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내 아이가 스스로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되게 하려면 우선 아이의 마음부터 살펴보라. 아이가 무엇을 잘 하는지가 아니라, 아이가 어떤 기분과 감정을 품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아이의 심리적 건강과 정서능력 강화, 즉 심리능력에 힘쓰는 부모가 아이의 지적 성장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현명한 부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