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게임하냐고 잔소리하세요? 왜 그럴까 먼저 생각해보세요
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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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7:32
또 게임하냐고 잔소리하세요? 왜 그럴까 먼저 생각해보세요
[커버스토리] 청소년 게임중독
중앙일보 | 이주연 | 입력 2011.06.20 05:23
[중앙일보 이주연] 게임은 양날의 칼이다. 우리나라 게임은 한 해 15억 달러 이상 수출하는 외화소득원. 국내 시장규모만 1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게임산업이 커질수록 게임중독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폐해가 크다. 약 70만 명의 청소년이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 정부는 1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실시한다. 그러나 이미 중독이라면 시간제한만으로 벗어나기가 어렵다. 최근 치료로 게임중독을 극복한 김모(14)군의 사례를 재구성해 알아봤다.
처음엔 "난 중독 아니다" 치료 거부
게임의 강하고 짧은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 '게임 뇌'가 굳어져 공부 뇌를 발달시키기 어렵다. [게티이미지]
"너 또 학교 안가니?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래!" 엄마는 이틀째 결석하고 게임만 하는 김군을 보다 못해 전원을 뽑아버렸다. 그때였다. 김군이 벌떡 일어나 엄마를 세차게 밀쳤다. 게다가 욕설을 퍼붓고 "이제 학교를 그만둘 거니까 방에서 나가!"라며 소리쳤다. 엄마는 울었고, 김군은 게임을 계속했다. 그날 저녁, 아빠는 망치로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를 부쉈다.
최악의 상황을 맞고서야 김군은 병원을 찾았다. 면담과 검사가 이뤄졌다. 처음엔 자신은 게임중독자가 아니라며 거부하던 김군도 서서히 입을 열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자꾸 떨어졌어요. 반에서 10등 안에 들다가 20등, 이젠 바닥까지…. 저도 속상한데 선생님과 부모님이 '성적이 이게 뭐냐'며 다그치니 짜증이 났어요. 부모님 기대에 비해 저는 늘 부족하니까 자신감도 떨어지고…."
성적은 5점 올리기가 어려운데, 게임 점수는 몇만 점도 쉽게 올랐다. 친구들 사이에서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더 빠져들었다. 엄마는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 건 줄 알았지, 성적 부담으로 게임에 몰두한 건지 몰랐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한덕현 교수는 "게임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가 아니라 할 게 없거나 외로워서 했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또래와 그룹치료 … 상황 객관화에 도움
김군은 게임중독으로 문제를 겪은 또래 2명과 일주일에 2회씩 그룹치료를 받았다. 김군이 "나는 한번 게임을 하면 12~13시간씩 한다"고 말하자, 다른 한 명(16)이 "나는 36시간 동안 꼬박 한 적도 있다. 아이템을 사느라 1000만원도 날려봤다"고 말했다.
중독자는 게임에서 더 막강한 힘을 얻기 위해 고가의 아이템을 구매한다. 한덕현 교수는 "그룹치료는 또래와 같은 경험을 나누며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게임은 학교 성적이나 부모님과의 갈등에 의한 스트레스를 해소해줬다. 반면 성적이 더 나빠지고, 부모님과의 갈등이 점점 심해졌다. 동생과 컴퓨터를 두고 다투는 일도 많았다.
간호사는 게임중독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 사례를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게임 때문에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살해하거나, 영아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등 이었다. 김군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충동적으로 엄마를 때리고 나도 저렇게 될까 겁난다"고 말했다.
부모도 비난하기보다 먼저 칭찬·대화를
게임중독자가 가상현실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게임에 빠져든 원인도 해결했다. 의사는 김군의 지능지수(IQ) 검사결과가 공부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다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분할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해 공부방법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다니던 학원 3개를 끊고 개인과외를 받기로 했다.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공부부터 미래계획까지 함께 고민해줄 멘토 선생님을 찾았다. 김군이 직접 면접을 봐서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선택했다. 부모님 말씀은 모두 잔소리처럼 들렸는데, 세대가 가까운 대학생 형의 말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자신과의 약속도 지켜나갔다. 하루에 1시간 이상 게임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가족치료도 이어졌다. 중앙대병원 사회 사업팀 이경은 팀장은 "아이를 비난하기보다 부모로서 느끼는 안타까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군의 엄마는 최근 몇 주간 변화된 아들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아들이 예전에는 참 착했는데 게임에 빠진 뒤로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해 엄마가 속상했어. 그런데 요즘 노력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어. 고마워." 아빠도 "이러다 네가 잘못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다"고 털어놨다. 부모의 속마음을 들은 김군은 "가족이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 걱정시켜 죄송하다"며 뉘우쳤다.
김군은 상담치료를 두 달간 받았다. 그 결과 약물을 쓰지 않고도 게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군은 다시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가족과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4개월 만에 성적이 예전 수준으로 올랐다.
[커버스토리] 청소년 게임중독
중앙일보 | 이주연 | 입력 2011.06.20 05:23
[중앙일보 이주연] 게임은 양날의 칼이다. 우리나라 게임은 한 해 15억 달러 이상 수출하는 외화소득원. 국내 시장규모만 1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게임산업이 커질수록 게임중독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폐해가 크다. 약 70만 명의 청소년이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 정부는 1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실시한다. 그러나 이미 중독이라면 시간제한만으로 벗어나기가 어렵다. 최근 치료로 게임중독을 극복한 김모(14)군의 사례를 재구성해 알아봤다.
처음엔 "난 중독 아니다" 치료 거부
게임의 강하고 짧은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 '게임 뇌'가 굳어져 공부 뇌를 발달시키기 어렵다. [게티이미지]
"너 또 학교 안가니?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래!" 엄마는 이틀째 결석하고 게임만 하는 김군을 보다 못해 전원을 뽑아버렸다. 그때였다. 김군이 벌떡 일어나 엄마를 세차게 밀쳤다. 게다가 욕설을 퍼붓고 "이제 학교를 그만둘 거니까 방에서 나가!"라며 소리쳤다. 엄마는 울었고, 김군은 게임을 계속했다. 그날 저녁, 아빠는 망치로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를 부쉈다.
최악의 상황을 맞고서야 김군은 병원을 찾았다. 면담과 검사가 이뤄졌다. 처음엔 자신은 게임중독자가 아니라며 거부하던 김군도 서서히 입을 열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자꾸 떨어졌어요. 반에서 10등 안에 들다가 20등, 이젠 바닥까지…. 저도 속상한데 선생님과 부모님이 '성적이 이게 뭐냐'며 다그치니 짜증이 났어요. 부모님 기대에 비해 저는 늘 부족하니까 자신감도 떨어지고…."
성적은 5점 올리기가 어려운데, 게임 점수는 몇만 점도 쉽게 올랐다. 친구들 사이에서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더 빠져들었다. 엄마는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 건 줄 알았지, 성적 부담으로 게임에 몰두한 건지 몰랐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한덕현 교수는 "게임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가 아니라 할 게 없거나 외로워서 했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또래와 그룹치료 … 상황 객관화에 도움
김군은 게임중독으로 문제를 겪은 또래 2명과 일주일에 2회씩 그룹치료를 받았다. 김군이 "나는 한번 게임을 하면 12~13시간씩 한다"고 말하자, 다른 한 명(16)이 "나는 36시간 동안 꼬박 한 적도 있다. 아이템을 사느라 1000만원도 날려봤다"고 말했다.
중독자는 게임에서 더 막강한 힘을 얻기 위해 고가의 아이템을 구매한다. 한덕현 교수는 "그룹치료는 또래와 같은 경험을 나누며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게임은 학교 성적이나 부모님과의 갈등에 의한 스트레스를 해소해줬다. 반면 성적이 더 나빠지고, 부모님과의 갈등이 점점 심해졌다. 동생과 컴퓨터를 두고 다투는 일도 많았다.
간호사는 게임중독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 사례를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게임 때문에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살해하거나, 영아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등 이었다. 김군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충동적으로 엄마를 때리고 나도 저렇게 될까 겁난다"고 말했다.
부모도 비난하기보다 먼저 칭찬·대화를
게임중독자가 가상현실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게임에 빠져든 원인도 해결했다. 의사는 김군의 지능지수(IQ) 검사결과가 공부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다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분할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해 공부방법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다니던 학원 3개를 끊고 개인과외를 받기로 했다.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공부부터 미래계획까지 함께 고민해줄 멘토 선생님을 찾았다. 김군이 직접 면접을 봐서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선택했다. 부모님 말씀은 모두 잔소리처럼 들렸는데, 세대가 가까운 대학생 형의 말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자신과의 약속도 지켜나갔다. 하루에 1시간 이상 게임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가족치료도 이어졌다. 중앙대병원 사회 사업팀 이경은 팀장은 "아이를 비난하기보다 부모로서 느끼는 안타까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군의 엄마는 최근 몇 주간 변화된 아들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아들이 예전에는 참 착했는데 게임에 빠진 뒤로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해 엄마가 속상했어. 그런데 요즘 노력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어. 고마워." 아빠도 "이러다 네가 잘못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다"고 털어놨다. 부모의 속마음을 들은 김군은 "가족이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 걱정시켜 죄송하다"며 뉘우쳤다.
김군은 상담치료를 두 달간 받았다. 그 결과 약물을 쓰지 않고도 게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군은 다시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가족과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4개월 만에 성적이 예전 수준으로 올랐다.